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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근현대사] 한국의 동유럽사 인식

타타덴 2022. 7. 28. 09:32

동유럽 근현대사를 읽고 있습니다.
어제 읽던 비잔티움 멸망사가 갑자기 사라져서 이 책으로 변경하였어요.


이 책이 쓰여진 때는 2018년으로 그렇게 오래된 책은 아니네요.

저자는 동유럽이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는 곳으로
이 곳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를 세심하게 파악해야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동유럽은 체제이행(체제이행이라는 게 어떤 체제에서 어떤 체제로 이동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후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한국 미디어가 보여주는 동유럽은 평화로운 여행지의 모습으로만 비춰진다고 하네요.

또 한국인이 쓴 동유럽 역사서가 단 한 권(이정희, 동유럽사, 2005)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의 동유럽사 이해도는 심각하게 얕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교과서에 실린 동유럽사도 잘못 서술되어 있다고 하는데… 충격이네요;

예를 들어 교과서에 출판되어 있는 한 대목이 있는데요.

[서유럽보다 비잔티움 문화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은 것은 동유럽의 슬라브 족이었다. 그들은 비잔티움을 통해 그리스 정교와 문자 등을 받아들여 나름의 문화를 가꾸어 나갔다. 특히 키예프를 중심으로 막 탄생한 신생국 러시아는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이면서 나라의 힘을 키웠고, 15세기 중반 비잔티움 제국이 멸망한 다음에는 그 후계자를 자처하기도 하였다.]

저자는 이 짧은 글에도 두 가지 오류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그리스 정교라는 명칭입니다.
동유럽 국가에서 믿는 기독교는 그리스 정교가 아니라 동방정교, 혹은 그냥 정교라고 말한답니다.
그리스 정교는 동방정교를 믿는 그리스 분파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동방 정교는 가톨릭처럼 교회 본부가 존재하지 않으며 각국의 정교회가 서로 독립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는 동유럽 사람들이 그리스 문자를 받아들였다는 부분입니다.
동유럽 사람들은 그리스 문자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새롭게 슬라브 문자를 창제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문제는 한국인에게 1446년 한글 창제가 정말 중요한 사건이었듯이, 896년 슬라브 문자, 즉 키릴 문자 창제가 슬라브인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합니다.

키릴 문자는 중세 대제국으로 번성했던 불가리아가 뛰어난 정치력과 외교력을 동원하여 이룩한 업적이라고 하는데요.
불가리아가 10~12세기 두 번이나 대제국을 수립했을 정도로 발칸 유럽의 강국이었다는 게 놀라운 사실이네요.
비잔틴 제국에 맞설 정도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중세 불가리아 왕국은 ‘비잔틴 정교 문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슬라브 정교 문화’를 구축하고자 했고, 그 결정적 동력이 키릴문자 창제였다고 합니다.

불가리아 제국의 오호리드(현 마케도니아령) 출신 두 학자 나움과 클레멘트는 시메온 1세의 후원을 받으며 키릴문자를 창제했습니다. 보통 키릴로스와 메토디우스 형제가 만들었다고 알려져있는데 이들이 9세기에 만든 것은 종교 제례 문자(글라골 문자)이고, 현재 동유럽 정교 문화권(세르비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과 러시아에서 쓰이는 키릴문자는 그들의 제자 나움과 클리멘트가 창안한 것으로 스승의 노고를 기려 키릴문자로 명명했을 뿐이라고 하네요.

중세 불가리아는 신생국 러시아보다 앞서 동방정교를 받아들였고, 키릴문자를 창제해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지금에야 러시아가 강대국이지만 중세에는 불가리아가 압도적인 강대국이었던 듯 하네요.
동유럽 사람들 입장에선 동유럽의 역사를 이런 식으로 러시아에 방점을 두면서 얘기하면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동유럽은 18세기 이후 강력한 제국으로 성장한 러시아에게 끊임없이 집단 생존권과 주권이 침해당한 역사를 겪었습니다.
때문에 더더욱 모욕적으로 여길 수 있다고 하네요.

현재에도 러시아는 동유럽,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으니 현재진행형인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