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근현대사 읽고 있습니다.
동유럽은 독일어로 ‘사이에 끼인 유럽(Zwischen Europa)라고 묘사되기도 합니다. 동유럽의 정확한 위치는 학자들 사이에서 쉽게 판결나는 문제가 아닌데요. 급변하는 이해관계에 따라서 몇몇 나라가 편입되기도 하고 제외되기도 하는 등 그 때 그 때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계선이 고정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바뀌어왔다고 합니다.
다수의 슬라브족으로 구성된 동유럽은 600여 년에 걸쳐 로마 제국이 동, 서로 분열될 때 동유럽으로 이주해 들어왔습니다.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로마 제국의 입장에서 슬라브족은 이민족이었고, 이들에 대해 가톨릭과 동방정교 간의 치열한 선교경쟁이 있었습니다.
15세기 이후에는 이러한 기독교 대립구도가 기독교 대 이슬람의 대립으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각축전에서 동유럽 사람들은 어떻게든 생존권을 지켜내야했습니다.
19세기에는 제국간의 갈등에 프로이센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가세하여 4파전의 외교전이 동유럽에서 펼쳐졌고요. 치열한 열강들의 싸움 속에서 동유럽 지도자들은 어떻게든 독립을 쟁취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열강들의 대립은 1차 세계대전으로 폭발했고, 동유럽은 1차 세계대전 중 가장 격렬한 전쟁 무대가 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로이센과 러시아는 이름을 바꿔 독일과 소련이 되었고 갈등은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2차 세계대전이 발생했고 폴란드는 독일과 소련에 의해 이중으로 침공을 받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소련과 미국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대립, 냉전 시대에서 살아남아야했고, 냉전 동안에는 소련과 서방 사이에서, 냉전 해체 이후에는 동진하는 유럽연합,나토와 이를 막아내려는 러시아 간의 다툼 사이에서 생존의 길을 힘겹게 모색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새롭게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중국이 가세하여 ‘신냉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동유럽은 이렇게 숨가쁘게 열강들 사이에서 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6세기에서 15세기 사이,
동유럽에는 슬라브족 외에도 다양한 민족이 살아왔었는데요.
그 중에는 유럽에서 가장 기원이 오래된 알바니아 민족이 있었고, 스스로를 로마 제국의 후예로 여기는 루마니아 민족 같은 원주민이 있습니다.
슬라브족을 비롯한 나머지, 대부분의 민족은 이주민의 후예이고요.
슬라브족의 기원은 3세기 무렵부터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가르는 프리페트 습지에 살던 종족 공동체로 추정합니다.
이 공동체는 흉노족의 침입으로 게르만족이 대이동을 시작했을때 로마 제국의 영토였던 동유럽으로 남하했습니다.
이 시기는 콘스탄티노플에 콘스탄티누스가 새로운 로마를 건설한지 330년이 흐른 시점이었습니다.
서유럽 사람들은 야만인들의 유럽 공습이라고 얘기하던 시기입니다.
슬라브족은 거대한 단일 세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고 작은 집단을 이루어 촘촘히 이주했습니다.
다른 이민족과 달리 슬라브족은 유목민이 아닌 농경생활인이었던듯 한데요. 소규모 부족단위로 정착하며 헝가리를 기준으로 중동부 유럽, 폴란드와 모르비아(체코)에 자리를 잡습니다.
슬라브족 외에 7세기에 튀르크계 불가르인들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내려와 헝가리 남단 발칸 유럽에 불가리아 국가를 수립합니다.
헝가리 왕국은 마자르족이 9세기에 유라시아 스텝 지역에서 이주해 와서 세웠고요.
세르비아는 부족국가로 9세기에 출발한 후 2개의 공국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라쉬카라고 불리는 대공국을 11세기 수립하며 통합합니다.
루마니아는 작은 공국들로 유지되다가 14세기 왈라키아 공국과 몰도바 공국이라는 좀 더 큰 국가를 건설했습니다.
이러한 부족국가들이 왕국으로 발전하는데에는 기독교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4세기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통치 이념이었고, 쇠퇴하던 로마 제국을 그나마 묶어주고 있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통치 이념으로 쓰이며 로마 황제의 권위를 세워주기도 했고요.
때문에 동유럽에 이주해 부족국가를 세운 종족들은 기독교를 효율적인 통합이념으로 쓰며 부족 단위의 작은 공동체를 공국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기독교 수용은 로마 제국의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외교적으로도 기독교 개종은 중요한 사안으로, 강력한 기독교 국가들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국가와만 선린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독교가 크게 갈등하다 결국 동,서 교회로 나뉘게 됩니다.
5대 총대주교구(콘스탄티노플, 로마,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크, 예루살렘) 중 하나인 로마 총대교구가 콘스탄티노플 총대교구와 갈등을 빚으며 반목이 깊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1054년 기독교는 분열의 길을 걷게 됩니다.
동, 서 기독교는 더 많은 신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교도들에 대한 집요한 개종 공세를 펼치게 되었고, 슬라브족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되었습니다.